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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가토가: 피지의 전통 격투기, 섬 전사의 명예를 지키다

by hongstorya 2025. 8. 2.

 

토가토가는 남태평양 피지섬에서 유래한 전통 격투 스포츠로, 부족 간의 명예와 용기를 겨루는 상징적인 행사이다. 나무 곤봉을 이용한 격렬한 대련과 부족 의식, 전통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이 스포츠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공동체의 정체성과 문화를 전승하는 중요한 의례이기도 하다.

섬의 정신이 깃든 싸움: 토가토가의 탄생과 배경

남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피지(Fiji)는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군도로, 풍부한 자연환경과 함께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피지의 원주민 사회에서는 공동체의 질서와 영광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의례와 스포츠가 존재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인상 깊은 것이 바로 ‘토가토가(Togatoga)’라는 전통 격투기다. 토가토가는 단순히 신체적 강함을 겨루는 경기가 아니다. 이는 부족 전사들이 공동체의 명예를 위해 싸우는 ‘정신적 전투’의 장이자,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키는 문화적 축제의 일환이다. 피지의 전통 사회에서 토가토가는 종종 추수제나 부족 간 화합의 날에 열리며, 젊은 남성들이 전사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통과 의례였다. 이 경기는 일반적으로 맨손으로 시작하여,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무 곤봉(‘바타’ 또는 ‘우라’)을 들고 대련하게 된다. 이는 싸움이 점점 격화되는 과정 속에서도 절제와 기술,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단순히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싸움 속에서도 예를 갖추고 조상과 공동체의 가르침을 잊지 않는 ‘전사의 품격’을 시험하는 것이다. 피지의 많은 섬에서는 토가토가가 여전히 문화 축제의 일부로 존재하며, 전통 의상을 입은 전사들의 대련은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북소리, 전통 노래, 응원 구호가 어우러진 이 스포츠는, 피지인의 자긍심과 단결을 상징하는 하나의 상징적 의식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토가토가의 규칙, 무기, 의식 절차와 문화적 의미

토가토가는 겉보기에는 격렬한 싸움이지만, 그 안에는 매우 정교한 규칙과 절차, 그리고 문화적 상징성이 내포되어 있다. 이는 단지 육체적인 충돌을 넘어서, 정신적 성숙과 공동체의 이상을 반영한 ‘살아 있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1. 경기 전 의례와 준비 경기에 앞서, 참가자들은 하루 또는 이틀 전부터 공동체의 장로로부터 축복을 받는다. 이들은 몸에 코코넛 기름과 전통 문양을 상징하는 흙 염료를 바르고, 조상의 힘이 담긴 노래를 들으며 집중한다. 이는 단순한 신체 훈련이 아닌, 정신적 수행으로 경기의 깊이를 더한다. 2. 복장과 무기 참가자들은 허리에 전통 천 ‘마시’를 두르고 상반신은 탈의 상태이며, 목과 팔목에는 바다 조개와 이빨 장식이 달린 끈을 착용한다. 무기는 나무로 만든 곤봉이며, 모양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끝이 둥글고 짧은 ‘우라(ura)’가 사용된다. 이는 상대를 가격하되, 치명상을 주지 않도록 고안된 도구다. 3. 경기 방식과 규칙 경기는 1대1 대련으로 진행되며, 첫 번째 라운드는 맨손, 두 번째 라운드는 곤봉을 들고 진행된다. 신체의 주요 부위인 가슴, 등, 어깨에 대한 가격이 허용되며, 머리나 하체에 대한 공격은 금지된다. 경기 시간은 라운드당 약 2분, 최대 3라운드까지 이어진다. 승자는 전사로서의 품격, 기술, 절제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장로와 관중 투표로 결정된다. 4. 응원과 음악의 역할 경기 도중에는 북(라리), 전통 현악기(밴바), 그리고 여성들의 응원 노래가 이어진다. 이는 전사의 기세를 북돋는 동시에,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경기장은 원형의 모래바닥이며, 관중은 이를 둘러싼 형태로 배치된다. 참가자의 가족은 ‘가장 큰 응원단’이자 정신적 후원자 역할을 한다. 5. 문화적 상징성 토가토가는 전사 정신의 상징일 뿐 아니라,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이 경기를 통해 불화가 해소되기도 하고, 부족 간의 갈등이 정리되기도 한다. 또한, 승자에게는 마을의 지위를 상징하는 깃발이나 칼이 수여되며, 이는 가문 전체의 명예로 기록된다. 이렇듯 토가토가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전통 사회의 구조와 질서, 정신성을 담은 종합 예술이자 문화적 실천이다.

 

살아있는 전통, 이어지는 정신: 토가토가의 미래

오늘날 피지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깊고 강한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 특히 토가토가는 그 대표적인 예로, 단순한 볼거리나 관광 자원이 아닌, 피지인의 정체성과 정신을 대변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전통 스포츠가 사라지거나 왜곡되기 쉽지만, 토가토가는 교육과 축제, 문화 체험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피지 정부와 문화 기관은 지역 공동체와 협력하여 토가토가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또한 해외에 거주하는 피지 디아스포라(이주민) 사회에서도 토가토가를 문화 정체성의 상징으로 삼고, 정기적인 대회를 통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지 ‘섬의 싸움’을 넘어서, 글로벌 시대에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무기는 나무 곤봉일지라도, 그 안에는 철보다 단단한 의지와 공동체의 혼이 담겨 있다. 토가토가는 이러한 정신을 후대에 전하고, 섬이라는 한계를 넘어 세계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단순한 경기 이상의 울림을 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토가토가는 말한다. 싸움의 끝에는 평화가 있고, 경쟁의 끝에는 이해가 있다. 이 고요한 남태평양의 섬에서 울리는 북소리와 함께, 토가토가는 오늘도 새로운 전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