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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그롤: 우간다 전통 스포츠에서 공동체 정신을 배우다

by hongstorya 2025. 7. 16.

 

탄그롤은 우간다의 일부 지역에서 전해지는 전통 스포츠로, 몸싸움과 전략이 결합된 집단 경기이다. 이 경기는 단순한 육체적 충돌을 넘어서 부족 간의 결속, 젊은이의 성장, 공동체 의례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현대 사회에서도 그 전통이 축제나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로 계승되고 있다.

몸으로 말하는 전통, 탄그롤의 뿌리를 찾아서

탄그롤(Tangrol)은 동아프리카 우간다 지역, 특히 북부 카라모자(Karamoja) 지역에서 전승되어온 전통 스포츠로, 일종의 몸싸움 기반의 집단 경기이다. 이 경기는 카라모종(Karimojong)과 이투소(Iteso) 등 목축 중심의 부족 사회에서 오랫동안 시행되어온 문화 활동이며, 단순한 오락이나 승부가 아니라 공동체 내 청년 교육, 사회적 유대 강화, 성년식의 일부로 기능해왔다. 탄그롤은 경기 자체보다는 그 속에 내포된 상징성과 의식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전통이다. 전통적으로 탄그롤은 10~20명 단위의 두 팀이 마주보고 서서, 일정한 신호에 따라 상대 진영으로 돌진하면서 밀고 당기며 중앙선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기는 특정한 도구나 장비 없이 맨몸으로 이루어지며, 참가자들은 대부분 상체를 벗고 전통 문양이 새겨진 천이나 동물 가죽을 허리에 두른 채 등장한다. 시작 전에는 부족 장로들이 나와 짧은 의례를 치르며, 참가자들의 기운을 북돋는 전통 노래와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탄그롤은 단순한 육체의 충돌이 아니라, 정신과 신념, 그리고 협동의 조화를 보여주는 경기로 여겨졌다. 상대를 밀어내는 힘뿐 아니라, 팀 간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능력, 리더의 지시를 따르는 조직력 등이 주요 평가 요소였으며,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자각하게 된다. 경기 중에는 부상을 입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만, 이를 수치로 여기지 않고 전사의 흔적으로 받아들여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탄그롤은 성인식의 일부로서, 한 명의 소년이 어른으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되기도 했다. 일정 연령이 된 소년은 마을 전체가 지켜보는 가운데 팀원들과 함께 경기에 참가하며, 경기 후 부족 장로로부터 이름을 부여받거나, 전통 무기를 받을 자격을 얻는다. 이는 단순한 의례를 넘어 하나의 인생 전환점으로 기능하며, 그 사회적 의미가 깊다.

 

탄그롤의 경기 방식과 그 안의 철학

탄그롤은 간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규칙과 문화적 상징이 포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경기는 양 팀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정렬한 후, 신호에 맞춰 중앙선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밀고 당기며 격돌하는 방식이다. 손을 사용할 수 있지만, 상대를 넘어뜨리는 행위는 금지되며, 밀어내기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사한 스포츠와 차별성을 가진다. 경기는 보통 3라운드로 진행되며, 각 라운드마다 승리 팀은 상징적인 깃발을 차지하거나 상대 진영에 돌을 던져 의식을 마무리하는 전통이 있다. 전통적으로 탄그롤은 싸움이나 분쟁을 대신하는 대리전의 기능도 해왔다. 두 마을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전면전이 아닌 탄그롤 경기를 통해 대표 선수들이 겨루고, 그 결과에 따라 분쟁을 마무리짓는 관습도 있었다. 이는 폭력보다는 상징적 힘의 겨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통적 지혜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참가자들은 경기를 위해 일주일 전부터 식단 조절, 훈련, 단체 생활을 통해 결속을 다지며, 경기 당일에는 의식적으로 몸을 꾸민다. 주술적인 의미가 담긴 페인팅, 전통 장신구, 동물의 가죽 등을 착용하고, 경기 직전에는 부족의 주술사에게서 축복을 받는 전통 의식을 수행한다. 이러한 준비 과정은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하나의 의식이자 축제로서의 위상을 형성한다. 탄그롤이 갖는 또 다른 특징은 관중과의 상호작용이다. 경기 중에는 마을 주민들 전체가 둘러서서 응원하고, 전통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며 그 분위기는 축제의 장으로 확산된다. 어린이들과 여성들이 참가자들에게 음식이나 물을 건네주는 모습도 흔하며, 이는 공동체 전체가 이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상징적 표현이다. 승패가 결정된 이후에도 서로를 껴안고 축하하며, 승자와 패자가 함께 나눔을 통해 조화를 이룬다. 현대에는 탄그롤이 더 이상 분쟁 조정의 수단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여전히 지역 축제나 전통의 날 행사에서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포함되고 있으며, 우간다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문화 보존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공동체와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살아 있는 유산

탄그롤은 단순한 육체적 경기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공동체의 철학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격렬한 몸싸움 속에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규칙 아래 함께 경기를 즐기는 이 전통은 오늘날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탄그롤은 경쟁의 끝에 화해가 있고, 갈등의 끝에 공동체의 화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스포츠이다. 우간다의 젊은 세대들은 이제 더 이상 전통 방식의 성인식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탄그롤은 그들에게 공동체 정체성과 조상의 지혜를 체득할 수 있는 귀중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나 도시화 속에서도 지역 공동체들이 이 경기를 지속시키는 이유는, 단지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오늘날에도 충분히 유의미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탄그롤은 스포츠의 본질을 되묻는 계기를 제공한다. 경쟁이란 무엇이며, 승리란 무엇인가. 탄그롤은 이 질문에 대해 ‘공동체 속에서의 역할 수행’, ‘상대를 존중한 행동’, ‘의식을 통한 성장’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신체 능력보다 정신적 성숙과 공동체적 책임감을 중시하는 관점을 드러낸다. 지속적인 문화 보존과 세계화 속에서의 재해석이 이뤄진다면, 탄그롤은 우간다만의 유산을 넘어 세계가 배워야 할 인간 중심의 전통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보편성과 지역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그롤은 인간 본연의 경쟁과 조화, 성장과 화합을 상징하는 살아 있는 유산이며,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야 할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