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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굴리기: 영국 글로스터의 전통과 스릴이 만나는 레이스

by hongstorya 2025. 7. 28.

 

영국 글로스터셔에서 열리는 ‘치즈 굴리기 대회(Cheese Rolling Festival)’는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독특한 전통 스포츠로, 경사진 언덕 위에서 치즈를 굴리고 이를 따라 달리는 참가자들의 레이스이다. 위험천만하면서도 유쾌한 이 경기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열정을 상징하는 문화적 유산이다.

언덕 아래로 구르는 전통, 치즈와 함께하는 열기

영국에는 많은 전통 스포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스펙타클하고 독특한 대회를 꼽으라면 단연 ‘치즈 굴리기(Cheese Rolling)’ 대회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회는 매년 봄,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지역의 쿠퍼스 힐(Cooper’s Hill)에서 개최되며,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과 도전 정신에 불타는 참가자들로 붐빈다. 치즈 굴리기의 역사적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적어도 15세기부터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고대 농경 문화에서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적 행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단순한 전통 게임을 넘어, 영국을 대표하는 이색 축제로 자리 잡았다. 행사의 방식은 단순하다. 경사가 약 45도에 달하는 쿠퍼스 힐 꼭대기에서 ‘더블 글로스터 치즈(Double Gloucester Cheese)’를 굴리면, 그 치즈를 따라 참가자들이 달려 내려가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우승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그 경사가 워낙 가팔라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뛰기보다는 구르고, 미끄러지고, 굴러떨어지는 형태로 언덕을 내려온다. 이 때문에 해마다 부상자가 속출하지만, 참가자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경기 전 치즈는 상징적 의미로 사용되며, 실제 레이스에는 치즈와 똑같은 형태와 무게를 지닌 나무 모형이 사용되기도 한다. 경기 후 진짜 치즈는 우승자에게 수여되며, 이는 단순한 트로피를 넘어 전통의 무게와 명예를 상징하는 선물로 여겨진다. 이 경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지만, 극심한 경사와 빠른 속도로 인해 상당한 신체적 위험이 따르며, 현장에는 항상 구급대가 대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세계 각국에서 수백 명이 지원해 경기에 참가하며, ‘치즈와 함께 구르는 스릴’을 직접 체험하고자 한다. 치즈 굴리기 대회는 단순히 엽기적이거나 재미를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이 행사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세대를 잇는 전통이고, 공동체 정신을 확인하는 장이며, 외부인에게는 영국 전통의 열정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문화 교류의 무대다.

 

치즈 굴리기의 실제 운영 방식과 문화적 맥락

치즈 굴리기 대회는 엄밀히 말해 구조화된 스포츠 경기라기보다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놀이 축제’에 가깝다. 경기 방식은 매년 크게 바뀌지 않으며, 준비 단계부터 현장 운영까지 모두 자원봉사와 지역 주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대회 당일, 경기는 총 4~5회로 나뉘어 운영되며, 일반 남성 레이스, 여성 레이스, 어린이 레이스, 지방 주민 특별전 등이 포함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성인 남성 경기’로, 수십 명의 참가자가 좁은 언덕 꼭대기에 줄지어 서 있다가 치즈가 굴러가는 순간 동시에 출발한다. 치즈는 약 시속 110km로 굴러 떨어지며, 인간이 이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치즈와 함께 달리는 과정 자체가 이 경기의 핵심이다. 참가자들은 특별한 장비를 갖추지 않고, 일반 운동복이나 축제 분위기의 복장을 입고 뛰며, 일부는 전통 복장이나 희극적인 코스튬을 착용해 분위기를 돋운다. 이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서, 하나의 축제로서의 성격을 강화시키는 요소다. 코스는 대체로 180미터 길이의 급경사 언덕으로 구성되며, 지면이 불균형하고 미끄러운 탓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전력질주보다 구르며 내려오는 방식으로 이동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어깨나 팔을 다치는 부상자도 발생하는데, 이를 위해 현장에는 구급 요원과 안전 요원이 상시 대기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위험 요소마저도 이 대회의 명성과 인기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된다. 또한, 치즈 굴리기 대회는 그 자체로 많은 전통 요소를 보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전에 지역 원로가 전통 복장을 입고 치즈를 들어올려 관중에게 선보이는 의식은 ‘풍요의 상징’을 표현하는 의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를 기념으로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참가를 ‘글로스터 전통에 대한 경의’로 표현한다. 이 밖에도 경기 외의 부대행사로는 지역 음악 공연, 전통 음료 시음, 지역 농산물 마켓 등이 함께 진행되어, 지역 경제와 공동체 문화의 결합된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치즈와 함께 구르는 열정, 전통을 이어가는 축제

치즈 굴리기 대회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위험하고, 그 어떤 축제보다 유쾌하며, 그 어떤 전통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매년 봄, 쿠퍼스 힐에서는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치즈를 따라 언덕 아래로 몸을 던지며, 그야말로 몸으로 전통을 잇는 풍경이 연출된다. 이 경기에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 치즈 굴리기를 통해 지역 주민들은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재확인하고, 외부 참가자들은 영국 문화의 색다른 면을 경험하며, 관중들은 삶의 긴장과 유머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처럼 치즈 굴리기는 ‘함께 구르며 웃는 스포츠’이며, 고통과 실수를 함께 공유하는 인간적 장면이기도 하다. 놀라운 점은, 이 전통이 전통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경기의 안전성을 보완한 소규모 치즈 굴리기 체험장도 생기고 있으며, 온라인 중계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축제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 학교에서는 치즈 굴리기 미니게임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통 문화를 가르치는 교육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행사의 핵심은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우승자뿐 아니라 넘어지는 사람, 응원하는 사람, 치즈를 만드는 사람, 심지어 언덕을 오르기만 한 사람까지도 모두가 이 축제의 주체가 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보기 드문,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 중심의 전통 문화다. 치즈 굴리기는 단순히 언덕에서 굴러떨어지는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세월을 뛰어넘는 유산이며, 함께 넘어지면서 웃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치즈 하나에 담긴 유쾌한 삶의 철학이다. 이런 점에서, 이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람들의 가슴을 굴려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