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타는 파키스탄의 펀자브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전통적인 말 타기 격투 스포츠로, 단순한 승부를 넘어 명예와 용기, 전사의 기개를 상징하는 상징적 경기이다. 말과 기수의 일체감, 기민한 창 쓰기, 공동체의 응원이 어우러지는 질타는 오늘날에도 전통 축제의 꽃으로 살아 숨 쉬며 계승되고 있다.
펀자브의 흙먼지를 가르며, 질타의 탄생
질타(Jilta)는 파키스탄 펀자브(Punjab) 지역의 전통적인 마상 격투 경기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말 타기 전사들의 명예와 기술을 겨루는 상징적인 스포츠이다. ‘질타’라는 단어 자체는 우르두어로 ‘돌진’ 또는 ‘기세 있게 달리다’라는 뜻을 내포하며, 이는 경기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기수는 한 손에 전통 창 또는 목봉을 들고, 빠르게 달리는 말을 타고 상대방을 상대로 기술과 용기를 겨루며 승부를 가른다. 이 스포츠의 기원은 중세 인도-이슬람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무굴 제국이나 지역 왕국의 전사들이 실전을 대비한 훈련 방식의 일환으로 발전시킨 데서 비롯되었다. 당시 기마 전술은 전쟁의 핵심 요소였기에, 말을 다루는 능력과 창을 쓰는 기술은 전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조건이었다. 이를 평화 시기에는 축제나 집회에서 과시하며 자연스럽게 스포츠로 발전한 것이 바로 질타이다. 질타는 단순한 개인 경기의 성격을 넘어 부족, 가문, 마을의 명예가 걸린 단체전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경기 전에는 참가자들이 전통 복장을 입고, 말에게도 장식을 하며 공동체 전체가 하나 되는 의식을 치른다. 기수는 종종 소년 시절부터 말을 다루는 법과 창 쓰는 법을 익혀, 성인이 되어야 비로소 정식 질타 경기 참가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입문이 아니라, 하나의 전통적 성인식처럼 여겨진다. 경기장에는 펀자브 전통 음악과 응원 구호가 울려 퍼지며, 마을 주민들은 기수의 용기와 기술에 뜨거운 환호를 보낸다. 이는 질타가 단순한 경기 그 이상으로, 공동체의 자긍심과 역사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 행위임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파키스탄의 지방 축제나 결혼식, 국가 기념일 등에서 질타 경기는 주요 행사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질타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문화임을 증명한다.
질타의 경기 방식과 전사의 기술
질타는 보통 평탄한 흙 운동장에서 열리며, 두 명 혹은 여러 명의 기수가 팀 또는 개인전 형식으로 경쟁을 펼친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표적 공격’ 경기로, 경기장 중앙에 놓인 나무 말뚝이나 지점에 설치된 표적을 창으로 정확히 찔러 들어올리는 것이다. 이때 기수는 말을 전속력으로 달리게 하면서도 정확한 자세로 몸을 숙이고, 한 손으로 창을 내려 표적을 꿰뚫어야 한다. 기술력과 반사신경, 말과의 일체감이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창은 ‘네자(Neza)’라 불리는 전통 무기로, 보통 나무로 만들어지고 끝이 뭉툭한 금속으로 마감되어 있다. 이는 실제 공격용이 아닌 경기용 무기로, 안전을 고려한 형태로 제작된다. 질타에서는 창의 무게 중심, 길이, 기수의 손에 맞춘 균형감이 중요하며, 이를 숙련도에 따라 직접 제작하거나 가문 내에서 대물림하기도 한다. 일부 기수는 조상의 창을 사용하여 조상과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경기 방식에는 속도 외에도 스타일이 중요하다. 단순히 표적을 명중시키는 것 외에, 어떤 자세로, 어떤 흐름으로 창을 휘둘렀는가, 말과의 호흡이 얼마나 자연스러웠는가, 마무리 후 자세가 얼마나 안정적이었는가 등이 함께 평가된다. 이는 질타가 단순한 점수 게임이 아니라, 일종의 ‘전사의 무용’처럼 예술성과 상징성을 지닌 경기임을 의미한다. 팀 경기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창을 휘둘러 상대 진영의 깃발을 먼저 차지하거나, 특정 구역을 점령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때는 전략과 기수 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마을 대표로서 출전한 팀이 승리할 경우, 마을 전체가 승자의 명예를 함께 나누며 축제를 이어간다. 이는 공동체적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로 기능한다. 심판은 보통 장로들로 구성되며,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뿐 아니라 태도, 팀워크, 복장, 말의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경기 후에는 우승 기수에게 전통 목걸이나 자수복, 휘장 등이 수여되며, 그의 이름은 다음 해 축제에서도 기려지게 된다. 이는 전통과 명예가 경기 속에 어떻게 살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질타가 전하는 전사 정신과 공동체 유산
질타는 단순한 말 타기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의 문화, 역사, 전통, 공동체 정신이 집약된 상징적인 의식이자 축제이다. 말과 인간의 일체감, 전사적 기개, 공동체의 명예라는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이 전통 스포츠는,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자긍심과 정체성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질타는 단지 과거의 유산으로 박제된 것이 아니라, 축제와 지역 문화의 중심으로서 여전히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질타가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뜻한다. 정형화된 스포츠가 아닌, 지역성과 공동체성이 뚜렷한 질타는 오히려 글로벌 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전통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질타는 젊은 세대에게 전사의 정신을 전승하는 중요한 교육적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승리를 위한 경쟁이 아닌, 정직함, 용기, 팀워크, 인내심, 자연과의 조화 등 다양한 가치를 체득하게 만드는 이 경기는 현대 스포츠 교육에도 적용 가능한 교훈을 준다. 나아가 전통과 현대가 융합되는 문화 축제의 형식 속에서, 질타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평화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질타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문화적 플랫폼이다. 말 위에서 창을 든 전사의 질주는 단지 흙먼지를 가르는 속도전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과 전통을 지켜가는 장엄한 행위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에도 우리가 질타를 지켜보고, 배우고, 계승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