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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카 전통 달리기: 베네수엘라 야노스의 부족 유산

by hongstorya 2025. 7. 19.

 

인위카 전통 달리기는 베네수엘라의 야노스(평원) 지역에서 살아가는 야노마미와 와라오 등 원주민 부족 사이에서 전승되어 온 의식적 달리기 경기이다. 공동체 결속과 자연 순응, 성인식의 의미가 담긴 이 전통 스포츠는 육체적 한계를 넘는 정신적 수행으로 기능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달리는 자가 지혜를 잇는다—인위카의 기원

남아메리카 베네수엘라의 광활한 야노스(Llanos, 평원) 지역에는 야노마미(Yanomami), 와라오(Warao), 피우야(Pijiguao) 등 다양한 원주민 공동체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수천 년에 걸쳐 열대 우림과 초원의 생태 속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으며, 그 속에서 형성된 고유한 문화 중 하나가 바로 ‘인위카(Inuika)’로 알려진 전통 달리기 경기이다. 인위카는 단순한 육상 경쟁이 아니다. 부족 공동체 내에서 성장한 소년이 ‘성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검증하는 일종의 의례이며, 더불어 공동체 전체의 신체적 능력, 협동성, 인내심, 정신력을 다지는 상징적 체험으로 기능해왔다. 이 경기의 핵심은 정해진 거리나 시간을 기준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더운 날씨와 복잡한 지형, 심지어는 의식적 금식과 단식을 포함한 ‘의지력 테스트’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경기의 이름 ‘인위카’는 현지 토착어로 ‘영혼의 발걸음’ 또는 ‘자연을 통과하는 자’를 의미하며, 이는 경기 자체가 단지 신체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자연을 극복하거나 지배하기보다는 그것과 조화를 이루며 통과하는 수행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암시한다. 실제로 인위카는 개울을 건너고, 고열 속의 풀숲을 가르며,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야 하는 강인한 환경에서 진행되며, 이 모든 과정은 한 개인이 부족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통로로 여겨진다. 전통적으로 인위카는 특정 계절—보통 수확을 마치고 비가 적은 건기 초입에 열리며, 공동체 전체가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돕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때 참가자는 단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으며, 또래 그룹이 함께 경기장에 서게 된다. 마을의 어른들과 선배들은 출발 전 이들에게 나무껍질로 만든 목걸이나 붉은 염료로 칠한 전통 문양을 새겨주며, 이는 ‘성숙의 징표’로 작용한다. 경기 전날에는 단식을 하거나, 일정 시간 동안 숲속에서 단독 체류하며 사색과 명상을 하는 의례가 함께 진행된다. 이는 단지 육체의 준비가 아니라, 정신적 수련의 일환이며, 인위카는 이처럼 인간 전체의 준비가 필요한 의례적 경기이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 후에는 외부의 응원도, 방해도 허용되지 않으며, 오직 자연과 자신만을 상대하는 시간 속에서 경기는 완성된다.

 

인위카 경기의 방식과 철학

인위카 경기는 일반적인 육상 경기와는 매우 다르다. 일정한 트랙이나 코스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지도자는 큰 나무나 돌, 물줄기, 혹은 태양의 위치 등을 기준으로 이동 방향과 구간을 정한다. 따라서 경기 코스는 매년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참가자에게 매번 새로운 자연 환경과의 적응력을 요구한다. 보통 10km 내외의 거리를 기준으로 하되, 구간마다 고온다습한 풀밭, 불규칙한 자갈길, 얕은 강물 등을 포함한 다양한 지형이 포함된다. 이러한 환경은 단지 체력을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신체의 상호작용을 테스트하는 장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진흙탕을 피하지 않고 가로지르는 것은 용기와 결단을, 열기 속에서도 일정한 호흡을 유지하는 것은 인내와 수련의 결과로 해석된다. 참가자는 경기 시작 전에 붉은 야자수 즙이나 나무껍질로 만든 전통 염료를 얼굴과 가슴에 칠하고, 발목에는 상징적인 식물 장신구를 착용한다. 이 모든 것은 ‘부족의 정신을 몸에 새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단순히 외적 장식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마을에서는 경기 전 ‘부족의 고통’을 상징하는 가벼운 채찍 의식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는 고통을 이겨낸 자만이 성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전통적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기 중에는 외부의 개입이 철저히 제한되며, 참가자는 오로지 자신의 발과 숨결로 경기를 완주해야 한다. 시간 기록은 따로 하지 않으며, 완주 자체가 중요한 기준이며, 그 과정을 지켜본 장로들의 평결에 따라 ‘통과’ 혹은 ‘재수행’이 결정된다. 이 같은 구조는 인위카가 단순한 승부가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을 시험하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경기 후에는 부족 공동체가 모여 참가자들에게 물, 뿌리식물, 콩 수프 등을 제공하며, 이들은 다시 마을 중앙으로 행진해 돌아온다. 이 과정은 성인으로서의 복귀를 상징하는 중요한 의식이며, 이후 참가자는 특정 노동이나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이렇게 인위카는 단지 스포츠가 아니라, 삶의 전환점이자 공동체로의 입문 의례로 기능해왔다.

 

자연과 하나 되어 달리는 삶의 의식, 인위카의 의미

인위카는 단지 베네수엘라 원주민의 전통 스포츠로서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쟁이 아닌 과정, 속도가 아닌 정신, 기술이 아닌 존재 방식에 집중하는 이 경기는 현대 스포츠와는 완전히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오늘날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기록과 승부에 집중하며, 이를 통해 한 사람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인위카는 그것을 뒤집는다. 이 전통 경기는 기록 대신 경험, 경쟁 대신 내면, 결과 대신 과정의 의미를 강조한다. 이는 현대인이 점점 잃어가는 인간성 회복의 힌트를 제공하며, 스포츠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인위카는 공동체와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참가자는 단지 개인이 아닌, 자신의 부족과 조상의 기대를 짊어진 존재로서 경기에 임하며, 이를 통해 공동체 내 역할을 인정받고 새로운 책임을 받아들인다. 이는 우리가 흔히 잊기 쉬운 ‘함께 살아감’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시키는 구조이다. 오늘날 일부 NGO나 문화 단체, 교육기관에서는 인위카를 현대화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 아이들과 청년들에게도 큰 감동과 통찰을 주고 있다. 더불어 기후 변화로 생존 조건이 변하는 원주민 사회에서, 인위카는 전통을 지키는 수단이자, 세계와 소통하는 매개체로 재탄생하고 있다. 결국 인위카는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 질문 속에 담긴 깊은 울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또 하나의 인위카를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