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타 히키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전통 창던지기 경기로, 단순한 운동을 넘어 전사의 정신과 민족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 행위이다. 창의 기술뿐만 아니라 의식, 의상, 구호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하나의 퍼포먼스이자 신성한 의례로 여겨지며, 현대 마오리 공동체에서도 이를 계승하며 정체성 회복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오리의 창, 정신을 던지는 예술
와이타 히키(Waitea Hīki)는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족 사이에서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창던지기 경기로, 단순한 스포츠의 개념을 넘어 전사로서의 자질과 공동체 의식을 표현하는 문화 행위였다. ‘와이타(Waitea)’는 물처럼 유연한 움직임을 의미하며, ‘히키(Hīki)’는 목표를 꿰뚫는 날카로운 기술을 상징한다. 이 두 단어가 합쳐진 와이타 히키는, 단지 창을 던지는 기술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자연, 그리고 조상과의 정신적 연결을 구현하는 의식 그 자체였다. 마오리족 사회에서 창은 단순한 무기가 아닌 신성한 상징이었다. 전통적으로 ‘테라카우(Taiaha)’라 불리는 전투 창과 ‘페레(Peré)’라 불리는 투창은 각각 근거리와 원거리 전투에 사용되었으며, 각각의 형태와 장식에는 마오리족의 신화, 가문, 전사의 명예가 담겨 있었다. 와이타 히키는 바로 이 페레를 이용한 경기였으며, 젊은 전사들이 훈련된 기량을 선보이고, 부족 간의 명예를 걸고 겨루는 자리였다. 이 경기의 기원은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부족 간 전쟁이 빈번하던 시절, 실제 전투를 대신하여 창던지기로 갈등을 해결하는 상징적인 대결 방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와이타 히키는 신체적 기술 외에도 정신적 준비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참가자는 경기 전에 하카(Haka, 마오리의 전통 전투 춤)를 통해 자신의 기개와 정신을 드러내며, 기도와 명상으로 정신을 정화했다. 이는 단지 힘과 기술만으로 이길 수 없는 경기임을 상징하며, 참가자 개인의 내면적 강인함과 조상들과의 연결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이 전통은 마오리 사회의 계층 구조와도 맞닿아 있었다. 가문의 명예, 부족의 명성, 전사의 위엄을 모두 담고 있는 와이타 히키는 단지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어떻게’ 던졌는가, ‘얼마나’ 정직하고 용기 있게 임했는가가 더 중요하게 평가되었다. 이러한 철학은 오늘날 마오리 공동체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남아 있으며, 와이타 히키는 점점 그 의례적이고 예술적인 형태로 재해석되어 현대 문화 행사 속에 등장하고 있다.
와이타 히키의 경기 형식과 마오리 철학
와이타 히키는 일대일 대결 혹은 두 부족 간의 팀 대결로 구성되며, 평탄한 들판이나 부족 마당(마라에, Marae)에서 거행된다. 경기의 핵심은 정확성과 기세이다. 각 참가자는 정해진 거리에서 상대방 앞 또는 근처의 표적을 향해 창을 던지며, 직접 맞추는 것보다는 얼마나 예리하게 통제된 각도로 창을 날릴 수 있는지, 그리고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을 보였는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이는 단순한 명중 게임이 아니라, 심리전과 기세, 신체 제어력까지 모두 포함된 복합적 기술의 결합이다. 경기에서 사용하는 투창은 길이 약 1.5~2미터에 이르며, 날카로운 돌이나 뼈, 심지어 상어 이빨로 끝을 장식한 경우도 있다. 각각의 창은 소유자의 가문 문양과 조상의 상징이 새겨져 있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정체성의 연장이었다. 또한 경기 중 사용된 창은 경기 후 깨끗이 씻고 의례를 통해 정화 과정을 거쳤다. 이는 창이 단지 투척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담긴 존재라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다. 심판진은 일반적으로 부족 내 원로들이 맡으며,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자세, 태도, 기합, 상대에 대한 존중, 창의 날림 소리까지도 평가 기준에 포함시킨다. 경기 전후로는 하카 공연이 병행되며, 이는 단순한 응원이나 퍼포먼스가 아닌 전사의 심장을 깨우는 신성한 절차로 인식된다. 참가자들은 페인트로 얼굴과 몸에 부족 문양을 그리고, 종종 조상들의 이름을 외치며 창을 던진다. 그 순간은 단지 육체가 아닌 정신 전체가 무기와 하나 되는 장엄한 의식의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와이타 히키는 마오리 철학인 마나(mana, 내면의 영적 권위)와 타푸(tapu, 금기와 신성함)의 원리를 실천하는 구체적 형식이었다. 경기 중에는 참가자와 관중 모두가 일정한 행동 규범을 지켜야 하며, 경기 중 실례를 범하거나 불경한 언행을 하는 것은 공동체 전체에 수치로 여겨졌다. 이러한 요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계승되고 있으며, 뉴질랜드 각지에서 열리는 마오리 전통 축제나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속에서 와이타 히키는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현대에 들어서면서 마오리족의 문화적 자각과 정체성 회복 운동이 활발해지며, 와이타 히키는 단지 옛 스포츠가 아닌,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양하는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체육 수업의 일환으로 이를 채택하고 있으며, 마오리 원주민뿐만 아니라 비마오리 청소년들에게도 문화 다양성과 상호 존중을 가르치는 교육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창을 던지는 것이 아닌, 전통을 계승하는 일
와이타 히키는 단순한 창던지기 경기가 아니다. 그것은 마오리족의 철학, 역사, 정체성이 응축된 살아있는 문화 행위이며, 전사의 정신을 현대에 되살리는 상징적인 퍼포먼스이다. 마오리 사회에서 와이타 히키는 공동체 전체가 관여하고,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며, 조상과 자연, 타인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는 장으로 기능했다. 특히 경쟁보다 ‘자세’와 ‘정신’을 중시하는 태도는 오늘날의 스포츠가 잃어버린 중요한 가치를 다시 일깨워준다. 또한 와이타 히키는 마오리 문화의 부활과 정체성 회복의 중심에 있는 활동이다. 과거 식민지 시대 동안 억압받고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마오리 문화가 다시금 빛을 발하고 있는 지금, 이 전통 경기는 단순히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창을 던지는 행동은 조상과의 대화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과의 약속이며, 공동체와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다짐의 표현이다. 오늘날 와이타 히키는 뉴질랜드를 넘어 세계 여러 전통 문화의 보존 운동과도 연결되며, 문화 관광, 예술 공연, 교육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재창조되고 있다. 마오리 예술가와 체육인, 교육자들은 이를 통해 정체성을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게 전통의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이는 단지 창을 던지는 기술을 넘어서, 살아 숨 쉬는 문화의 전달이자 회복이며, 세계가 마오리의 정신에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이다. 와이타 히키는 결국 마오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창과 같다. 그 창이 향하는 곳은 단지 표적이 아니라, 전통의 길이며, 문화의 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