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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리프팅: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게임의 힘과 전통

by hongstorya 2025. 7. 28.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게임의 대표 종목인 스톤 리프팅은 단순한 힘겨루기를 넘어, 남성성과 명예, 전통을 계승하는 상징적 경기이다. 수백 년간 이어져온 이 고전적인 스포츠는 돌을 들어올리는 단순한 동작 안에 강한 정신력과 공동체 문화가 녹아 있다.

돌을 들어 올리는 전통, 단순함 속의 위대한 상징

스코틀랜드는 깊은 전통과 강인한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나라다. 그 중에서도 ‘하이랜드 게임(Highland Games)’은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전통 축제로, 무용, 음악, 경기 등 다양한 전통 문화가 총집합하는 장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스톤 리프팅(Stone Lifting)’이라 불리는 힘의 경기가 자리 잡고 있다. 스톤 리프팅은 말 그대로 커다란 돌을 들어올리는 경기다. 하지만 이 단순한 동작에는 수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 경기는 과거 스코틀랜드의 농부나 전사들이 성인식의 일환으로 수행하던 의식에서 유래했다. 돌을 들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단순히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남자가 공동체 내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인’이 되었는지를 판별하는 상징적 행위였다. 이러한 전통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스톤 리프팅은 하이랜드 게임의 주요 종목으로 남아 있으며, 전통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다. 지역마다 사용하는 돌의 종류나 무게가 다르며, 각각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맨호드 스톤(Manhood Stone)’, ‘피어스 스톤(Fierce Stone)’ 같은 이름들이 존재한다. 참가자들은 특별한 도구 없이 맨손으로 돌을 들어올리며, 어떤 지역에서는 돌을 일정 높이의 받침대 위에 올리는 것이 목표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돌을 품에 안은 채로 최대 거리까지 운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원초적인 힘, 균형감각, 집중력, 인내심이 총체적으로 요구되는 경기다. 스톤 리프팅은 단순히 ‘누가 더 무거운 걸 드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정직함, 끈기, 자기극복, 공동체의 명예라는 스코틀랜드 특유의 가치가 응축된 전통 스포츠다. 경기의 결과보다도, 참가자의 자세와 정신, 경기를 대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며, 이는 하이랜드 게임 전반에 흐르는 중요한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돌을 들고 일어서는 순간, 그 사람은 단순한 경기자가 아닌, 전통의 수호자이며, 역사의 계승자가 된다. 스톤 리프팅은 그렇게 스코틀랜드의 땅과 문화, 정신을 이어주는 상징으로 오늘도 무거운 돌 위에 서 있다.

 

스톤 리프팅의 구조, 기술, 그리고 지역별 전통의 차이

스톤 리프팅 경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방식이 다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일정 무게의 자연석을 맨손으로 들어 특정 지점 위에 올리는 방식이며, 여기서 사용되는 돌은 각 지역의 천연석을 그대로 사용한다. 돌의 표면은 매끄럽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무게를 드는 것보다 더 많은 집중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스톤 리프팅 경기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 번째는 ‘리프팅 앤 플레이싱(Lifting and Placing)’ 방식으로, 참가자가 돌을 들어 가슴까지 끌어안은 후 특정한 받침대 위에 올리는 것이다. 받침대는 높이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며, 최종적으로 가장 무거운 돌을 가장 높은 지점에 올린 참가자가 우승하게 된다. 두 번째는 ‘캐리 앤 워크(Carry and Walk)’ 방식이다. 참가자가 돌을 품에 안고 일정 거리 이상을 걷는 것이 목표로, 무게와 균형을 동시에 다뤄야 하기 때문에 체력은 물론이고 중심 잡는 능력도 시험된다. 이때 가장 긴 거리를 걸은 참가자가 승리한다. 어떤 경우에는 시간 제한 내에 최대한 멀리 걷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각 지역에서 사용되는 돌이 특정 인물이나 역사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 북부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설적인 전사가 들었다는 돌을 사용하며, 그 이름과 무게가 세대를 넘어 전해진다. 이는 단순히 ‘경기의 도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전통이자 역사로 기능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종종 자신의 손에 석회가루를 바르고, 무릎에는 보호대를 착용하며, 일부는 전통 킬트 복장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이러한 요소들은 하이랜드 게임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며, 관광객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경기장의 분위기 역시 인상적이다. 관중들은 단순히 우승자에게만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돌을 들기 위해 애쓰는 모든 참가자에게 격려를 보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 환호한다. 이는 단지 경쟁의 장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 공동체가 함께 응원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또한, 스톤 리프팅은 오늘날 체력 훈련이나 피트니스 문화에서도 영감을 준다. 실제로 일부 운동 프로그램에서는 스톤 리프팅 동작을 모티브로 한 트레이닝을 구성하여, 전통 스포츠의 실용성과 현대적 응용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스톤 리프팅은 과거와 현재, 스포츠와 문화,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의미 깊은 다리 역할을 한다.

 

한 개의 돌에 담긴 민족의 기억과 자부심

스톤 리프팅은 단지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경기’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스코틀랜드인의 근성과 자긍심, 그리고 공동체 문화가 녹아든 전통의 상징이다. 돌을 드는 행위는 곧 ‘자신과의 싸움’을 의미하며, 승리를 향한 도전보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순수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 전통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하이랜드 게임은 스코틀랜드 전역은 물론, 해외 스코틀랜드계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으며, 수많은 이들이 그 정신을 기리며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이 경기는 조상의 삶과 연결되는 강력한 상징으로 작용하며, 민족적 정체성과 연대감을 고취시킨다. 스톤 리프팅의 아름다움은 ‘성공’에 있지 않다. 비록 돌을 들어올리지 못하더라도, 그 돌 앞에 섰다는 사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삶의 돌들’에 맞서는 자세와도 닮아 있다. 현대 사회는 빠르고 효율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스톤 리프팅은 반대로 느리고, 원초적이며, 힘겨운 것을 존중한다.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삶의 무게를 견디며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경기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도 들 수 있다. 비록 무겁더라도.” 스톤 리프팅은 스코틀랜드라는 나라의 정체성과 역사, 그리고 공동체 정신이 응축된 ‘상징적 몸짓’이다. 돌 하나에 담긴 무게는 단지 킬로그램이 아니라, 수백 년의 전통과 인간의 의지가 쌓인 문화의 총체다. 오늘도 쿠퍼스 힐이나 아베르딘의 들판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그 돌 앞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돌을 들기 위해, 자신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