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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코 보코: 잠비아 부족의 전통 격투기와 전사의 명예

by hongstorya 2025. 7. 31.

 

보코 보코는 아프리카 잠비아 지역의 토착 부족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전통 격투기로, 단순한 힘겨루기를 넘어 용기, 명예, 공동체의 위상을 나타내는 상징적 스포츠이다. 나무 방패와 손날 공격, 부족 의식을 결합한 이 격투기는 현대의 무예 스포츠와는 전혀 다른 정체성과 철학을 품고 있다.

싸움 그 이상, 전사의 의식을 담다: 보코 보코의 기원

아프리카 대륙은 수많은 부족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그 중 잠비아의 루알라바 계곡과 카사마 지역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보코 보코(Boko Boko)’라 불리는 독특한 전통 격투기가 존재해 왔다. 이는 단순히 신체적 우열을 가리는 싸움이 아닌, 공동체 내부에서 전사의 자격을 증명하고,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보코’라는 단어는 현지어로 ‘손날’을 의미하고, ‘보코 보코’는 양손을 사용한 교차 격투를 뜻한다. 경기는 원형의 흙바닥 위에서 이루어지며, 상대와 맨손 또는 나무 방패 하나만 들고 맞붙는다. 공격은 주로 손등, 손날, 손바닥을 이용하며, 발차기나 주먹질은 제한된다. 이러한 기술적 제한은 격투기이면서도 의식적 측면을 강조하는 전통의 일환이다. 이 경기는 주로 성인식을 통과한 청년들이 마을 공동체 앞에서 치르는 데뷔전으로 이루어진다. 승자는 단순한 싸움꾼이 아닌 ‘부족을 지킬 수 있는 진정한 남자’, 즉 전사로 인정받는다. 패자 역시 비난받지 않으며, 용기를 인정받고 축복의 춤에 참여할 자격을 얻는다. 이처럼 보코 보코는 승패 이상의 가치를 지닌 ‘명예의 장’이다. 보코 보코는 마을 축제나 추수, 조상 기념 행사 등과 함께 열리며, 전통 음악, 노래, 북소리와 함께 격투가 진행된다. 무용수들이 주변을 둘러싸며 리듬을 만들고, 관중은 환호와 구호로 전사들을 격려한다. 이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의식 무대로, 보코 보코의 ‘격투’가 아니라 ‘의례’임을 다시금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격투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문화 보존과 관광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전통적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넘어 공동체 회복과 청년 교육 수단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보코 보코의 규칙, 의식 절차, 그리고 사회적 의미

보코 보코는 격투기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교한 의식과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싸우는 것을 넘어 ‘전사로서의 성숙’과 ‘공동체 속의 역할 확인’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1. 경기 전 준비 의식 참가자는 경기 전날부터 단식을 하며, 조상과 마을의 수호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해가 뜨기 전, 마을 장로의 축복을 받고 얼굴에 흙과 식물성 염료로 상징 문양을 그린다. 이는 조상의 기운을 받아 전사로 태어난다는 상징이다. 2. 장비와 복장 복장은 상반신 탈의 상태에 전통 허리끈만 착용하며, 손목과 발목에 동물 뼈로 만든 장식물을 두른다. 무기는 손과 팔이며, 일부는 나무 방패를 들고 출전할 수 있다. 나무 방패는 조상의 나무에서 깎은 것으로, 자신의 가문을 상징한다. 3. 기술의 제한과 예법 보코 보코는 매우 제한적인 기술만 허용된다. 주먹을 쥐고 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며, 손날로 상대의 어깨, 가슴, 옆구리를 정확하게 가격해야 한다. 다리를 걸거나 넘어뜨리는 것도 제한되며, 주로 균형을 무너뜨리는 심리전이 중심이 된다. 4. 경기 진행과 채점 방식 경기는 총 3라운드로 이루어지며, 라운드당 1분 30초가 주어진다. 판정은 경기장의 원 밖에서 관전하는 장로 3인에 의해 이루어지며, 가격의 정확성, 균형 유지, 공격 리듬, 품위 있는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KO는 인정되지 않으며, 지나친 공격은 실격 처리된다. 5. 집단 축제의 일환으로서의 기능 경기 후에는 승자와 패자 모두가 중심에 서서 축하의 춤을 춘다. 관중은 꽃잎이나 곡물가루를 뿌리며 축복을 보내고, 아이들은 전사들에게 물을 바르는 의식을 수행한다. 이는 다음 세대가 전통을 존중하고 이어가도록 유도하는 교육적 장면이다. 6. 여성의 참여와 공동체적 의미 보코 보코는 남성 중심의 전통이지만, 여성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용수로서 리듬을 만들고, 축복가를 부르며, 때로는 예언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어머니들은 전사의 머리에 손을 얹고 ‘속삭이는 기도’를 하며 정신적 버팀목이 된다. 이처럼 보코 보코는 단순한 격투 경기를 넘어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고 기억하는 상징적 행사이며, 전사의 길을 걷기 위한 필수적 통과 의례로 자리 잡고 있다.

 

주먹이 아닌 손날로 말한다: 보코 보코의 오늘과 내일

보코 보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문화이다. 도시화와 서구 문화의 유입 속에서도, 많은 잠비아 마을에서는 해마다 이 전통 격투기를 재현하며 조상과 공동체에 대한 연결 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보코 보코를 지역 문화재로 지정하고, 청소년 프로그램, 관광 체험, 민속 축제와 연계하여 보존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 격투는 단지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내면의 싸움’이다. 손날로 상대의 중심을 겨누는 행위는 공격보다 균형과 예의를 중시하며, 이는 오늘날에도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격렬한 몸짓 속에도 절제된 예법이 있고, 승부의 끝에는 항상 화합과 존중이 따른다. 보코 보코는 우리에게 묻는다. 진정한 싸움이란 무엇인가?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이를 넘는 과정이 아닐까. 이러한 철학은 현대 사회의 경쟁과 폭력성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또한, 공동체 전체가 함께하고, 어린이와 노인, 남성과 여성이 각자의 역할로 참여하는 이 전통은 '공동체적 승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코 보코는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싸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한 번의 겨루기 속에 삶 전체가 담길 수 있음을. 전통은 박물관 속의 유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몸짓과 호흡 속에 이어지는 ‘살아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잠비아의 붉은 흙바닥 위에서 울려 퍼지는 손날의 소리와 북소리는 오늘도 그렇게 전사의 길을 걷는 이들을 향해 울려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