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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런: 캐나다 북부의 얼음 위 전통 달리기

by hongstorya 2025. 7. 27.

 

버터런(Butter Run)은 캐나다 북부 지역 원주민과 정착민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겨울철 얼음 위 경주로, 극한의 날씨와 얼음판 위에서 버터나 지방을 운반하며 달리는 전통 스포츠이다. 체력과 인내, 그리고 생존 기술이 요구되는 이 놀이는 캐나다 극지방의 자연과 삶을 반영한 특유의 문화를 보여준다.

극한의 땅에서 태어난 생존형 전통 스포츠

캐나다 북부는 혹한의 겨울과 눈 덮인 평원, 얼어붙은 호수와 강이 끝없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살아온 원주민들과 초기 정착민들은 일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기술과 체력을 요구받았다. 그중에서도 ‘버터런(Butter Run)’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생존 기술과 공동체 정신을 반영한 전통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버터런은 이름 그대로 ‘버터(또는 동물 지방)’를 들고 얼음판 위를 달리는 경주다. 이 경주는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일정량의 버터를 목표 지점까지 운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참가자는 속도와 균형, 체력, 인내심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이 경주는 겨울철 보급 활동이나 무역을 재현한 행사에서 유래되었다. 혹독한 날씨 속에서 마을 간 식량과 지방을 운반하던 실생활을 모티브로 하여 시작된 것이다. 버터는 혹한기 생존에 중요한 영양소로, 원주민들과 초기 캐나다인들은 이를 녹여 음식에 사용하거나 등불의 연료로도 썼다. 따라서 지방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능력은 공동체의 생존과도 직결되었다. 이를 게임화한 버터런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시대가 변한 오늘날에도 매년 겨울마다 다양한 지역 축제에서 재현되고 있다. 이 경주는 단순히 빨리 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바닥은 얼어 있고, 참가자는 두껍고 무거운 전통 방한복을 입고 있으며, 운반 중인 버터가 떨어지거나 녹아버리면 실격 처리된다. 그렇기에 일정한 속도와 정확한 움직임, 그리고 환경을 읽는 지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버터런은 그저 ‘특이한 경주’가 아니라, 혹독한 자연 환경 속에서 살아온 이들이 만들어낸 지혜와 놀이의 결정체다. 공동체 전체가 이 경기에 참여하며, 함께 웃고 넘어지며 만들어내는 에너지 속에는 북극권 사람들의 강인한 삶과 유쾌한 정서가 함께 담겨 있다.

 

버터런의 방식과 그 속에 담긴 공동체 가치

버터런은 단순한 레이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교하게 설계된 전통 스포츠다. 먼저 참가자는 일정량의 버터(혹은 그 모형)를 작은 나무상자 혹은 손수건에 감싼 상태로 들고 시작점에 선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전통 양피지 보자기나 동물가죽 주머니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코스는 얼어붙은 호수나 강 위에 일정 거리(보통 100~500미터)를 직선 또는 곡선 형태로 만든다. 참가자는 얼음 위를 달려 목표 지점까지 도달해야 하며, 중간에 넘어지거나 버터를 떨어뜨리면 실격 처리된다. 특별히 강조되는 점은 ‘버터를 녹이지 말 것’이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체온이 버터를 녹이지 않도록 주머니를 들고 뛰거나, 일부러 상체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에 보관하기도 한다. 이 경주는 흔히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첫째는 개인전으로, 가장 빠르게 도달한 이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정확성 경기’로,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적은 양의 손실로 버터를 운반한 사람이 우승한다. 셋째는 팀전으로, 릴레이 형식 또는 한 참가자가 버터를 전달하는 ‘바통 경기’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는 참가자들의 다양한 연령과 체력 조건을 고려하여 조정되며,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경기가 단순히 기록을 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 중간에는 ‘빙판 위 장애물’이 배치되기도 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미션이 포함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간 지점에서 빙어 낚시 포즈를 취한 뒤 다시 달리는 미션, 전통 노래를 부르고 나서 출발하는 규칙 등이 있다. 이는 순수한 스포츠 경쟁이 아니라, 축제와 놀이의 성격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또한, 버터런의 핵심은 ‘협력’에 있다. 많은 지역에서는 마을 간 대항 경기로 구성되며, 참가자는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대표로 뛰게 된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명예와 응원이 결합되어 경기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동시에 경기 후에는 버터를 나누어 전통 방식으로 만든 음식(예: 버터 팬케이크, 훈제 연어 등)을 함께 나누며 축제를 마무리한다. 이 모든 과정은 단순한 겨울 레이스가 아니라, 극지방의 문화와 생활, 그리고 공동체적 유대감을 체화하는 전통 의례로서 기능하고 있다.

 

차가운 땅 위에서 뜨겁게 달리는 문화

버터런은 얼어붙은 대지 위에서 펼쳐지는 가장 따뜻한 달리기다. 캐나다 북부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시작된 이 경주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지혜와 공동체의 연대, 그리고 세대를 이어가는 문화적 체험이기도 하다. 달리는 이들은 버터라는 작은 상징을 통해 조상들의 생활을 재현하고, 그것을 현재의 축제로 되살린다. 이러한 전통은 세대 간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준다. 어린 아이들은 넘어지면서도 웃고, 어르신들은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조언을 건넨다. 이는 단지 ‘재미있는 경기’가 아니라, 공동체가 서로를 이해하고, 역사를 기억하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장이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이 놀이는 큰 의미를 가진다. 얼음 위에서의 움직임, 자연의 변화에 따른 경로 조정, 생태와 놀이의 결합은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의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버터런을 겨울 생태체험과 연결시켜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실패가 웃음이 되는 문화’다. 넘어지거나 버터를 흘린다고 해서 비난받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웃으며 다시 일어나는 과정이 경기의 가장 중요한 일부다. 이는 경쟁이 아닌 ‘참여와 포용’ 중심의 놀이 철학이자, 현대 사회가 다시금 배워야 할 문화적 가치이기도 하다. 결국, 버터런은 얼음 위에서 달리는 경기를 넘어, 그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전통을 나누며,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축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조각의 버터와, 그것을 지키며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커뮤니티의 온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