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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굼바야, 필리핀의 전사혼이 살아 숨 쉬는 민족 무예

by hongstorya 2025. 4. 26.

 

바굼바야(Bagumbaya)는 필리핀 루손 섬 북부 이푸가오와 코르딜레라 지역의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계승해 온 실전형 무술로, 전투 기술과 의례, 공동체 정신이 결합된 민속 무예입니다. 산악 지형과 부족 간 항쟁 속에서 발전한 이 무도는 현재까지도 전통 보존, 문화 교육, 지역 정체성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동남아 무도문화의 다양성과 깊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산과 전사, 공동체가 일체가 된 무도 바굼바야의 탄생

필리핀 북부 루손 섬의 산악 지대에는 코르딜레라(Cordillera)로 불리는 고산 부족들이 오랫동안 정착해 살아왔습니다. 이들은 대개 독립된 마을 단위의 자급자족 사회를 구성하며, 외부 침입에 대한 방어 및 내부 질서 유지를 위한 무장 전사 문화를 형성하였고, 그 중심에 바로 바굼바야(Bagumbaya)라 불리는 전통 무술이 존재합니다. 바굼바야는 단순한 격투 기술이 아니라, 코르딜레라 공동체의 삶, 정신, 가치가 집약된 상징적 문화 행위입니다. 이름에서부터 ‘새로운 시대의 싸움’이라는 의미를 지닌 바굼바야는, 한 개인이 전사가 되는 과정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결속되는 방식을 상징합니다. 이는 단지 물리적인 싸움을 넘어 도덕성과 책임, 명예와 절제를 중시하는 문화적 수행의 한 형태입니다. 이 무도는 주로 전사 등용식, 족장 선출식, 수확 기원제, 부족 간 화해 의식 등에서 공개적으로 행해졌으며, 이를 통해 바굼바야는 싸움의 기술이자 전사의 정체성 선언, 공동체의 정신적 결속 장치로 기능해 왔습니다. 특히 코르딜레라 지역의 고유한 문화인 ‘보보아이(boboa-i)’라는 집단적 평화 조약 의식과도 긴밀히 연계되며, 실전을 넘는 무도의 철학적 역할을 보여줍니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며 많은 부족 무예가 소멸되는 상황 속에서도 바굼바야는 여전히 필리핀 북부 산간 지역에서 살아 있는 문화로 계승되고 있으며, 무도 교육, 문화 공연, 전통 재현 행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바굼바야의 기술 구성과 공동체적 구조

바굼바야는 실전 전투기술, 공동체 의례, 영적 수련이 융합된 구조로서, 단순한 스포츠나 시범 무술이 아닌 ‘살아 있는 집단 문화’입니다. 그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이 다층적입니다. 1. 무기 사용 기술: 바굼바야는 기본적으로 단검(칼리스), 창, 몽둥이, 대나무 막대기 등을 활용합니다. 이들은 사냥과 방어 모두에 사용되는 생활 무기이며, 전통적 훈련은 나무 숲, 계단식 논, 언덕 등 실제 자연 환경에서 진행됩니다. 무기 사용은 힘보다 리듬과 타이밍, 자연의 흐름을 읽는 감각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2. 맨손 기술과 회피 동작: 바굼바야는 주먹보다 손날, 팔꿈치, 무릎, 발차기 등 실전형 공격이 중심이 되며, 특히 ‘빼기’와 ‘흘리기’ 같은 회피 기술이 발달해 있습니다. 이는 산악 지형에서의 실전성과 관련이 깊으며, 상대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지 않고 흐름 속에서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3. 훈련 방식과 세대 계승: 바굼바야는 도장에서 가르치지 않고, 마을 원로나 전사에 의해 구전과 시연으로 전승됩니다.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청소년은 의식을 통해, 성인은 실전 경험을 통해 단계를 밟아 수련하며, 이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성장을 상징하는 교육 체계이기도 합니다. 4. 리듬과 구호: 훈련과 시연에는 전통 북과 구호가 함께하며, 리듬은 싸움의 속도와 감정을 조절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Hayo!" "Tayaw!" 등의 구호는 공격과 방어를 알리는 신호로, 몸과 언어가 함께 움직이는 다중 감각의 무도 구조입니다. 5. 정신적 수양과 의식: 바굼바야는 싸움 이전에 반드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대지의 정령에게 무해함을 맹세하는 의식을 동반합니다. 이는 싸움을 신성한 행위로 인식하고, 그 목적이 정당함을 천명하는 과정입니다.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싸움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며, 이는 바굼바야의 중심 철학입니다. 오늘날에는 이 같은 철학을 보존하면서도, 시연 중심의 공연 무술, 교육 프로그램, 공동체 스포츠로서 다양한 형태로 바굼바야가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잊혀진 전사의 춤, 바굼바야의 현대적 가치

바굼바야는 단지 필리핀의 전통 무예가 아니라,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책임을 지고, 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거울입니다. 기술보다 태도를, 승리보다 정체성을, 싸움보다 유대를 중시하는 이 무예는, 오늘날 경쟁 중심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적 인간상’을 회복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바굼바야가 문화유산 공연, 무예 교육, 청소년 리더십 훈련, 지역축제 콘텐츠로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UNESCO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청년들에게는 자긍심과 정체성을 되찾는 통로로, 외부인들에게는 필리핀 북부 문화의 깊이를 알리는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굼바야는 무술 치료, 정신적 수양 프로그램, 집단 소통 훈련 등에도 접목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로 평가되며, 무도 그 자체를 넘어선 ‘움직이는 문화철학’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싸우기 위한 수련이 아닌, 삶을 깊이 있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담은 교육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바굼바야는 ‘전사의 기술’이 아니라 ‘공동체의 마음가짐’을 수련하는 방식입니다. 그 움직임 안에는 산과 조상, 피와 흙, 관계와 약속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는 그 춤을 통해, 전사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