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Mora)는 튀니지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전해 내려온 전통적인 맨손 격투 경기로, 공동체의 명예와 용기를 상징하는 민속 무예입니다. 이슬람 문화권 내에서 형성된 모라는 단순한 신체 싸움을 넘어 예절, 절제, 정신 훈련을 중시하며, 오늘날에는 전통 축제, 공동체 행사, 스포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모라의 역사, 구성 방식, 문화적 의미와 현대적 계승 흐름을 상세히 살펴봅니다.
사막의 결투, 명예로 겨루는 모라의 기원
모라(Mora)는 튀니지와 북아프리카 지역의 베르베르계 및 아랍계 부족 사회에서 전승되어 온 전통 격투 무예로, 본래는 남성 청년들이 용기와 명예를 증명하기 위해 행하던 일종의 의례적 싸움이었습니다. 이 전통은 이슬람 문화권 안에서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보다는 맨손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종교적 경건함과 무도적 절제를 동시에 강조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라는 일반적으로 결혼식, 성인식, 추수감사제와 같은 마을 공동체의 큰 축제에서 행해졌으며, 참가자들은 일정한 예식을 치른 후 전통 음악과 구호 속에서 서로의 힘과 기술을 겨루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싸움이 단지 신체적 우위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의 위상을 확인하고, 공동체 질서를 재확인하는 문화적 제도라는 점입니다. 모라의 전통은 알제리, 리비아, 모로코 일부 지역에도 유사한 형태로 존재하며, 이는 사하라 지역 전반의 무도 문화가 고대 유목민 전통에서 기인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 무예는 싸움에서의 ‘승리’보다는 ‘존중’과 ‘절제’를 강조하며, 이는 무슬림 공동체 내에서의 신체 훈련이 가지는 독특한 도덕적 틀을 반영한 것입니다. 오늘날 모라는 점차 공연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전통 방식 그대로 유지되며, 청년의 성인식, 명절의 의식, 공동체 체육교육의 일환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모라의 경기 방식과 무도적 가치
모라는 간단한 구조 안에 깊은 상징성과 공동체 정신을 담고 있는 무예입니다. 싸움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룰로 진행되지만,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심리적 집중, 예절, 절제력은 매우 높은 수준이며, 이는 모라가 단순한 민속 스포츠가 아닌 무도적 수행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1. 경기장 구성과 입장 절차: 모라는 보통 마을 중심 광장이나 사막의 평지에 원형 경기장을 만들어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구호나 전통 음악과 함께 입장합니다. 입장 전에는 관객과 상대방을 향한 인사와 절이 필수이며, 이는 싸움 이전에 예를 갖추는 상징적 절차입니다. 2. 기본 동작과 기술 구성: 모라는 맨손 격투지만, 주먹보다는 손바닥 타격, 팔 휘두르기, 던지기, 중심 무너뜨리기 등의 동작이 주를 이룹니다. 이는 타격보다는 균형 싸움, 속도보다는 타이밍, 힘보다는 유연성을 중시하는 형태이며, 상대를 해치기보다 중심을 빼앗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3. 승부의 기준: 상대방이 넘어진 경우, 또는 손바닥이 땅에 닿았을 때 승부가 결정됩니다. 다만 참가자가 스스로 균형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며, 한 번 넘어진 뒤에는 반드시 상대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 관습이 있습니다. 이처럼 싸움의 목적이 ‘상대 제압’이 아니라 ‘상호 존중’에 있음을 보여주는 전통입니다. 4. 의복과 상징: 참가자들은 일반적으로 전통 튀니지 복장을 변형한 간편한 운동복을 입으며, 허리띠 색상, 발목 장식, 손등 무늬 등을 통해 각자의 부족, 지역, 명예를 상징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조상의 문장을 상징하는 천을 팔뚝에 두르기도 하며, 이는 싸움이 조상의 명예를 계승하는 행위임을 암시합니다. 5. 여성과 관객의 참여: 모라는 남성 전용 경기지만, 여성들은 북 연주자, 응원단, 구호 선창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합니다. 이는 모라가 단지 싸움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구성하는 축제이자 의식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경기 중간에는 노래, 시 낭송, 집단 구호 등이 어우러지며, 이는 싸움과 예술, 무예와 공동체가 통합된 구조임을 잘 보여줍니다. 현대에는 일부 체육 교육기관과 무도 도장에서 모라의 기본 개념을 적용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전통의 보존과 현대적 확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명예의 싸움에서 문화의 철학으로, 모라의 미래
오늘날 모라는 단지 튀니지의 전통 격투기가 아니라, 북아프리카 전통 사회의 정신 구조와 공동체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적 행위로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체 내에서의 싸움이 ‘경쟁’이 아니라 ‘연대와 존중’의 형태로 존재해왔다는 점은, 현대 무도 철학과도 깊은 접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라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싸움의 예술화’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규율 안에서 자신과 상대방, 관객과 공동체를 하나의 흐름 안에 두는 구조를 통해 실현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오늘날 경쟁 중심의 스포츠 문화와는 차별화된 무도 정신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간다움, 관계, 절제의 미학을 회복시키는 문화적 시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모라는 전통 복원 작업을 통해 국제적인 문화 교류의 장에서도 점차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문화 교류 행사, 다문화 체육 교육, 청소년 인성 교육,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등에서 그 원리를 차용한 콘텐츠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모라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닌, ‘지속 가능한 몸의 철학’임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결론적으로, 모라는 격투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정신이 더 중요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싸울 것인가?" 그 질문에 품격 있게 답하는 방식, 바로 그것이 모라입니다. 싸움은 끝났지만, 명예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