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테 활쏘기’는 네팔 히말라야 지역의 토착 부족들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 궁술 경기이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신앙, 명예, 공동체 의식을 상징하는 이 활쏘기 행사는 지역 축제에서 중심 의식으로 치러지며, 정교한 활 제작과 명중 기술, 자연과의 조화가 어우러진 히말라야 산악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히말라야의 고요함을 가르는 활의 외침
히말라야는 그 웅장한 산맥만큼이나 깊은 영성과 풍부한 문화 전통을 지닌 지역이다. 그 안에서도 네팔은 티벳 불교와 힌두 문화가 융합되어 독특한 생활양식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대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살아가는 소수 민족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민족 공동체들이 세대를 거쳐 이어온 전통 중 하나가 바로 ‘나마스테 활쏘기(Namaste Archery)’이다. 이 활쏘기는 일반적인 스포츠 경기를 넘어, 조상의 숨결을 느끼고, 공동체의 평화를 기원하며, 용기와 집중력을 수양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나마스테’는 인사를 뜻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마음으로 조준하고, 존중으로 쏜다’는 철학적 의미가 더해진다. 이는 히말라야 문화 특유의 내면 수양 중심의 세계관과도 맞닿아 있다. 경기는 주로 해발 2,000미터 이상의 고산 마을에서 열린다. 바람이 강하고 지형이 험한 이곳에서 활을 쏜다는 것은 단순한 체력 이상을 요구한다. 궁사들은 이른 새벽, 해가 떠오르기 전부터 산 정상에 모여 의식을 치른 뒤, 지정된 타겟을 향해 화살을 쏘기 시작한다. 타겟은 전통적으로 나무판이나 암석에 그려진 만다라 문양이며, 이는 ‘중심을 꿰뚫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사용되는 활은 대부분 수제이며, 히말라야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와 동물 뼈, 가죽, 천연 수지 등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일부는 3대째 전승된 가문의 활을 사용하기도 한다. 활의 형태는 몽골 활과 유사하지만, 더 짧고 곡선이 완만하다. 이는 좁은 산길과 험한 지형에서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진화된 형태다. 이러한 전통 활쏘기 경기는 지역 축제에서 중심 의식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신에게 감사하는 의식, 축복의 춤, 공동 식사 등이 함께 이루어진다. 나마스테 활쏘기는 단순한 겨루기의 장을 넘어, 공동체의 정신과 자연과의 조화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마스테 활쏘기의 구성, 절차, 그리고 전통적 요소
나마스테 활쏘기 경기는 단순한 명중률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 전통 경기에는 정교한 준비 과정과 영적인 절차, 그리고 기술적 숙련도가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경기는 보통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된다. 1. 사전 의식과 명상 경기 전날 밤, 참가자들은 공동 명상 시간과 조상에게 바치는 향을 피우는 의식을 갖는다. 이는 정신을 맑히고 활쏘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사전 준비 과정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기 당일, ‘타르찬’이라 불리는 전통 사제의 축복을 받아야만 출전할 수 있다. 2. 활과 화살 준비 경기에 사용하는 활은 대부분 참가자 본인의 가족이 직접 만든 것이다. 활은 일반적으로 아카시아나무 또는 티크목으로 만들어지며, 화살촉은 금속이나 뼈로 제작된다. 깃털은 히말라야 독수리나 산새의 깃을 사용하여 방향 안정성을 높인다. 장인의 손길로 정교하게 가공된 활과 화살은 기능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 3. 경기 규칙과 채점 방식 표적은 지름 30~50cm 정도의 원형 나무판이며, 중심에는 빨간 점, 주변에는 노랑과 초록의 원이 그려져 있다. 참가자는 약 3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표적을 향해 총 5발을 쏘며, 중심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단, 심사 기준에는 ‘자세의 안정성’, ‘조준 시간’, ‘발사 후 중심 회복’ 등도 포함되며, 단순한 점수보다는 궁사로서의 품위를 함께 평가받는다. 4. 정신 수련 요소 나마스테 활쏘기의 가장 큰 특징은 ‘침묵 속의 집중’이다. 참가자는 활을 당기는 순간부터 조준, 발사, 후처리까지 말을 하지 않고, 심지어 관중들조차 침묵을 유지한다. 이 과정은 궁사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감각을 다듬는 일종의 명상 과정이다. 5. 공동체와의 연대 경기 종료 후에는 참가자와 주민들이 함께 승자에게 ‘로푸 바두(Ropu Badhu)’라는 명예 리본을 수여하며, 공동 식사를 통해 서로를 축하한다. 승자는 다음 해까지 마을 대표 궁사로 대우받으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활쏘기 수업을 진행한다. 이처럼 나마스테 활쏘기는 개인의 실력만을 겨루는 경기가 아니라, 공동체의 정신성과 전통 계승,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함께 담고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경기는 마치 하나의 장대한 의식처럼 진행되며, 참여자와 관객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조용히 겨누고, 정중히 쏘다: 활로 잇는 히말라야의 지혜
나마스테 활쏘기는 단순한 겨루기가 아니다. 그것은 세대를 잇는 문화적 유산이며, 인간의 내면 수양과 공동체의 연대를 상징하는 행위다. 활을 겨누고 화살을 쏘는 행위 하나에도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이 경기의 핵심은 과녁을 맞추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얼마나 자신을 단련하고 공동체를 이해하느냐에 있다. 현대 스포츠는 기록과 경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마스테 활쏘기는 다르다. 이곳에서는 ‘명중률’보다 ‘존중의 자세’, ‘정신의 고요함’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는 외적인 성과보다는 내적인 성장과 균형을 중시하는 히말라야 문화의 철학과 닮아 있다. 이러한 전통은 점차 보존 운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다. 네팔 정부는 최근 일부 산간 지역에서 활쏘기를 지역 문화재로 지정하고, 축제 관광과 연계하여 국내외 방문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또한, 젊은 세대를 위한 활 제작 체험, 명상과 활쏘기를 결합한 워크숍도 열려 문화 계승과 치유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활쏘기는 사람과 자연이 대화하는 방식이다. 히말라야의 바람을 읽고, 표적과 나 사이의 거리를 느끼며, 화살이 날아가는 궤적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이 행위는 궁술이면서도 철학이고, 명상이며 예술이다. 조용히 활을 당기고, 정중히 화살을 날리는 그 한 순간에 담긴 깊은 의미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준다. 바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마스테 활쏘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향해 마음을 겨누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