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마(Glíma)는 아이슬란드의 전통 레슬링으로, 바이킹 시대부터 계승된 북유럽 고유의 민속 무술입니다. 단순한 힘겨루기를 넘어서 기술, 균형, 예절을 중시하며, 전사 정신과 공동체 훈련 체계를 결합한 문화 유산으로 현재까지도 교육, 스포츠, 국가 행사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글리마의 역사, 경기 방식, 정신적 가치와 현대적 확산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봅니다.
바이킹의 유산, 글리마의 역사와 정체성
글리마(Glíma)는 아이슬란드에서 수천 년간 전해 내려온 전통적인 레슬링 형태로, 북유럽 바이킹 시대부터 존재한 고대 무술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명칭은 노르드어로 ‘싸움’ 또는 ‘몸의 균형과 기술을 통한 겨룸’을 의미하며, 오늘날에도 아이슬란드 청소년과 성인 모두가 수련하는 대표적인 전통 스포츠입니다. 바이킹 사회는 생존을 위한 체력과 전투 능력이 매우 중요한 가치였으며, 글리마는 이러한 실전 전사의 육체적 훈련과 정신적 수양을 동시에 충족하는 수단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단순히 힘의 크기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며 기술적으로 균형을 무너뜨리는 방식은 바이킹들의 싸움철학과 공동체 정신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글리마는 중세 이후에도 아이슬란드 내 다양한 농경 공동체를 중심으로 계승되었으며, 결혼식, 수확 축제, 지역 대항전 등에서 중요한 의례적 경쟁 형식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때의 경기는 단지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성인으로 인정받기 위한 통과의례였으며, 성실함, 절제력, 협동심 등의 사회적 덕목을 드러내는 기회였습니다. 오늘날 글리마는 아이슬란드 국가 전통 스포츠로 지정되어 있으며, 체육 교육, 청소년 리더십 훈련, 군사 전술 교육 등의 맥락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럽 전통 무술을 대표하는 하나의 무형문화유산으로도 평가받으며, 그 전통과 정신은 현대 사회에서도 강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글리마의 경기 구조와 기술 체계
글리마는 기본적으로 맨손 레슬링 형태지만, 그 구성은 매우 체계적이며 엄격한 예절과 규율, 기술적 다양성을 포함합니다. 다른 격투기와 달리 '상대의 존엄성 보호'가 핵심 가치이며, 다음과 같은 구성 요소로 운영됩니다. 1. 샅바 그립과 시작자세: 글리마는 양 선수가 허리 샅바(전통 가죽 벨트)를 양손으로 쥐고 시작하며, 상대의 허리를 기준으로 상호 등거리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 그립 방식은 무분별한 충돌을 방지하고, 정교한 기술 겨루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돕습니다. 2. 기술 중심 레슬링: 글리마의 기술은 균형 무너뜨리기, 다리 걸기, 회전 유도, 축 이동 등 정교한 중심 이동 기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헬빙’이라는 회전 기술과 ‘글린나’라 불리는 가볍고 빠른 스텝 이동은 글리마의 독창적인 핵심 기술로 간주됩니다. 3. 공격 제한과 존중의 원칙: 글리마는 고의적인 타격, 밀기, 목 조르기 등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며, 상대를 상처 입히는 행위는 경기 실격 사유가 됩니다. 이는 단지 경기 규칙을 넘어서,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한다’는 전통 무도 철학을 반영합니다. 4. 심판 구조와 승부 기준: 경기는 3명의 심판이 진행하며, 상대의 엉덩이 또는 무릎 이상이 지면에 닿으면 1점을 획득합니다. 먼저 2점을 얻는 쪽이 승자가 되며, 판정이 애매할 경우 심판단의 합의로 결정됩니다. 5. 예절과 공동체 참여: 경기 시작과 종료 시 양 선수는 서로를 향해 예를 표하며, 심판에게도 고개를 숙여 존중을 나타냅니다. 지역 대회에서는 관객들이 이를 둘러싸고 격려와 박수로 경기의 흐름을 함께 만듭니다. 이 같은 구조는 글리마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전통적 인격 수련 무도’로 자리매김하게 하며, 아이슬란드 교육 문화와 깊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균형과 존중의 철학, 글리마의 현대적 가치
글리마는 오늘날에도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북유럽 정신문화와 공동체 가치, 교육적 이상이 결합된 상징적인 전통 무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경쟁보다 교감, 승리보다 품격, 기술보다 태도를 중시하는 철학은 현대 무술 문화와 교육 체계에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글리마가 체육 교육 커리큘럼에 정식 포함되어 있으며, 청소년의 체력 향상뿐 아니라 집중력, 절제, 상대 존중 훈련에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전통 행사, 국제 민속 무술 대회, 관광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도 그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글리마는 디지털 미디어와도 결합되어, 3D 가상 체험, 게임화된 무술 콘텐츠,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 등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으며,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글리마는 과거 바이킹의 전사 훈련이 아니라, 오늘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무도이자 교육이자 예술입니다. 그것은 힘으로 상대를 눌러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통해 나를 다스리고, 상대와 공존하는 방식이며, “함께 성장하는 싸움”이라는 아이슬란드식 품격의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