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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카마라: 시베리아 툰드라를 달리는 겨울 생존 레이스

by hongstorya 2025. 7. 18.

 

가즈카마라는 러시아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의 야말, 추코치 등 북방 원주민 사이에서 전승된 전통 겨울 스포츠로, 눈과 얼음 속을 썰매 또는 동물과 함께 돌파하며 체력과 인내, 생존 기술을 겨루는 종합적인 생존 경기이다. 혹한의 자연과 인간의 유대를 상징하는 이 전통은 문화 유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눈과 얼음의 나라, 시베리아의 전사들이 펼치는 겨울 레이스

러시아 북부의 광활한 툰드라 지대, 특히 야말(Yamal), 추코치(Chukchi), 네네츠(Nenets) 등 북방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수천 년간 혹한의 겨울을 견디며 살아가는 법을 체득한 독특한 생존 문화가 이어져 왔다. 이들 부족은 순록, 썰매, 눈, 바람, 얼음과 같은 자연 요소와 더불어 공존하며 삶의 지혜를 발전시켜왔고, 그 중 하나가 바로 ‘가즈카마라(Gazkhamara)’라 불리는 전통 겨울 스포츠이다. 이 경기는 단순한 체육 활동을 넘어 생존 기술의 집약체이며, 부족 내에서 용기, 지혜, 협동심을 겨루는 중요한 통과의례로도 기능했다. ‘가즈카마라’라는 이름은 네네츠어로 ‘험한 길을 달리는 자’ 혹은 ‘사나운 바람 속의 전사’를 뜻하는 말로, 그 의미 자체가 경기의 본질을 담고 있다. 경기는 보통 2월에서 3월 사이, 눈이 가장 깊고 얼음이 가장 단단한 시기에 열리며, 이는 일 년 중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인간의 한계와 생존력을 시험해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참가자는 개썰매나 순록썰매, 또는 맨몸으로 특정 지점을 돌파하는 방식으로 경쟁하며, 속도, 정확도, 인내심뿐 아니라 자연을 읽는 감각이 요구된다. 가즈카마라는 단일 경기라기보다 복합 종합형 경기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 레이스 외에도 눈 속 물체 찾기, 얼음 도끼 던지기, 썰매 조립 시간, 순록 유도 능력 평가 등이 함께 이루어지며, 이는 실제 생존 상황에서 필요한 모든 기술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형식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성인으로서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중요한 시험으로 여겨졌으며, 첫 출전 시 가족과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가즈카마라가 단지 전통 유산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지역 축제, 관광, 청소년 생존 캠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구성되어 보존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나 문화재단에서는 이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기도 하며, 북극권 문화의 상징적 콘텐츠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혹한의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기, 가즈카마라는 그 자체로 인간의 한계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가즈카마라의 경기 구성과 생존 기술의 총체

가즈카마라는 보통 하루 혹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종합 생존 스포츠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메인 경기는 약 15~20km 구간의 순록 또는 개썰매 경주이며, 이는 평지와 경사, 빙판과 눈밭을 포함한 복합 지형으로 구성된다. 출발선에는 썰매를 끄는 동물과 참가자가 함께 서며, 신호와 함께 각 팀이 동시에 출발해 지정된 지점을 먼저 통과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다. 그러나 단순한 속도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중간 지점에는 필수 기술을 점검하는 ‘생존 미션 구간’이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얼어붙은 눈 속에 묻힌 표적을 도끼나 손도구로 찾아내거나, 텐트를 단시간 내에 설치하고 불을 피우는 테스트, 또는 얼음판 위에서 균형 잡기 등 다양한 생존 상황이 모사된다. 이 미션의 성공 여부가 총점에 반영되며, 이를 통해 참가자의 생존력, 판단력, 응급 상황 대응력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썰매 자체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참가자는 직접 썰매를 조립하거나 수리하는 기술을 보여주어야 하며, 일부 경기는 출발 전 완전 분해된 썰매를 조립한 뒤 출발하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는 전통 로프 묶기, 나무 결 맞추기, 얼음 위에서의 안전한 고정법 등 다양한 전통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순록 또는 썰매견을 유도하는 능력 역시 경기의 중요한 부분이다. 짧은 명령어로 동물과 소통하고, 급회전, 장애물 회피 등의 순간 반응 속도는 고득점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썰매 위에서 창 던지기, 활쏘기 등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구성하기도 하며, 이는 과거 사냥과 방어 활동에서의 기량을 시험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심사는 전통 장로와 경험 많은 선주민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기술적 완성도 외에도 참가자의 태도, 동물과의 조화, 자연에 대한 존중 여부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경기를 마친 뒤에도 참가자들의 썰매 상태, 동물의 피로도, 팀워크가 유지되었는지를 확인하여 최종 점수를 산정한다는 점이 가즈카마라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이 모든 요소는 단순한 경기를 넘어서 ‘자연 속에서 살아갈 자격’으로 연결되며, 공동체로부터의 인정을 받는 구조를 형성한다.

 

가즈카마라가 말하는 생존, 공동체, 인간성

가즈카마라는 북극의 혹독한 겨울 속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지식, 기술, 감각, 협동—을 총체적으로 시험하는 경기이다. 그러나 단지 생존 능력을 겨루는 것을 넘어, 인간과 동물, 자연 사이의 깊은 유대와 공동체의 윤리를 상징적으로 구현하는 문화적 의례이기도 하다. 이 전통 경기를 통해 참가자는 단지 기술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경외하고, 동물과 조화를 이루며, 공동체 내에서의 책임을 배우게 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성인식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사회로부터의 신뢰와 위상을 얻는다. 이는 현대 사회가 잊어가고 있는 중요한 가치, 즉 공동체 안에서의 소속감과 자연과의 상생이라는 철학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가즈카마라는 북극 문화 보존의 중요한 상징물로서, 기후 변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툰드라 생태와 그 안에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경기를 통해 전해지는 생존의 지혜, 동물과 인간의 협업, 전통 도구 제작 기술 등은 모두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현대에는 이러한 전통이 단순히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교육, 관광, 환경보호 활동 등과 융합되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 생존 캠프, 극지방 체험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즈카마라는 계속해서 재해석되고 있다. 이는 전통이 단절되지 않고, 시대 변화 속에서도 생명력 있게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가즈카마라는 결국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자연을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는 공동체와 얼마나 협력하고 있는가? 눈과 얼음 위를 달리는 그들의 모습은 단지 스피드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책임, 생존의 철학을 담은 장엄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가즈카마라는 하나의 스포츠를 넘어, 문화적 자산이자 인류적 유산으로 남을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