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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리 전통 경기: 인도 서부 부족의 공동체 놀이와 생존 지혜

by hongstorya 2025. 7. 17.

 

와르리 전통 경기는 인도 마하라슈트라 지역의 와르리 부족이 공동체 의식과 자연 순응의 철학 속에서 즐겨온 전통 놀이이다. 신체활동, 리듬, 농경 주기와 연결된 의례적 의미를 지닌 이 경기는 오늘날 예술과 결합된 독창적 문화 콘텐츠로 재조명되며 교육과 관광 자원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벽화 너머의 이야기, 와르리 경기의 숨은 의미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지역의 산악 지대와 강 주변에 흩어져 있는 와르리(Warli) 부족은 독특한 벽화 예술과 함께, 농경 문화와 신앙 체계를 바탕으로 한 전통 놀이와 경기를 대대로 계승해왔다. 그중에서도 ‘와르리 전통 경기’로 불리는 일련의 신체 활동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공동체 결속, 계절의 전환, 그리고 자연 순응의 철학이 깃든 중요한 문화 행위였다. 이 경기는 보통 씨앗을 뿌린 직후나 수확 직후 열리는 의식과 함께 진행되며, ‘작은 전투 놀이’, ‘술래놀이형 경기’, ‘공동체 릴레이’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와르리 전통 경기의 가장 큰 특징은 ‘리듬과 움직임의 결합’이다. 이 부족은 벽화에서도 표현되듯, 인간과 자연, 동물의 움직임을 원형의 흐름으로 이해하고 이를 놀이로 구현했다. 즉, 경기는 단순한 속도나 힘보다는 얼마나 자연의 순환과 조화를 이루는지에 집중한다. 참가자들은 주로 전통 드럼(타르파, Tarpa)과 대나무 피리 소리에 맞춰 동심원 형태로 이동하거나 점프, 회전, 터치 등의 움직임을 반복하며 경기를 펼친다. 이러한 양상은 단순한 경쟁이 아닌 ‘의식의 연장’이자 ‘예술적 퍼포먼스’로 해석된다. 와르리 부족은 문자가 없는 구술 문화 기반 공동체로, 삶의 모든 지식과 경험은 구전과 신체 활동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와르리 경기는 바로 그런 기능을 수행한다. 어린이들은 경기 속에서 협동, 인내, 리듬, 환경 인식, 순환의 개념 등을 체화하며, 이를 통해 부족 사회의 기본 질서와 철학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동시에 이 경기는 마을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확장되어, 모든 연령대가 역할을 맡으며 세대 간의 연대를 강화한다. 오늘날 우리가 와르리 예술로 기억하는 그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인물 형상과 원형 패턴은, 실제 이들의 경기 방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움직임을 표현한 선의 연속, 점프 동작을 상징하는 반복된 삼각형 등은 단지 미적 장식이 아니라, 이들이 실제로 행해온 경기의 기록이자 집단 기억의 표현이기도 하다.

 

와르리 경기의 유형과 공동체적 구조

와르리 전통 경기는 계절적 리듬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씨앗을 뿌린 직후 열리는 경기는 자연신에게 풍작을 기원하는 의례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이를 ‘타르파 춤 경기’라고 부른다. 참가자들은 서로 손을 잡고 원형을 만들며 일정한 리듬에 맞춰 한 방향으로 회전하다가, 특정한 음에 맞춰 방향을 바꾸거나 중심에서 뛰어드는 식으로 진행된다. 승패보다는 ‘조화롭고 정확한 리듬의 유지’가 핵심 평가 요소이다. 수확 직후에는 ‘주거지 릴레이’ 형식의 경기가 펼쳐진다. 이는 마을과 밭, 강가, 숲을 잇는 복합적인 코스를 활용해 연령별 팀이 릴레이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각 지점마다 전통 장식물이나 상징물이 놓여 있으며, 참가자들은 이를 회수하거나 특정 행동을 수행해야 다음 주자가 출발할 수 있다. 이 경기의 목적은 단순히 속도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역의 지형과 상징을 되새기며 공동체의 공간 감각을 공유하는 데 있다. 또한 와르리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씨앗 숨기기’ 게임도 존재한다. 이는 숲에서 채집한 식물을 숨긴 후, 힌트를 주고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관찰력과 자연 인식을 강조하는 교육적 놀이로 활용된다. 이러한 활동은 ‘놀이를 통한 학습’이라는 와르리 부족의 전통 교육 철학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경기의 심판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마을의 장로들이 전체적인 흐름을 조율하고, 잘한 팀이나 개인에게는 찰흙으로 만든 동물 장신구, 씨앗 목걸이, 혹은 전통 의복을 수여한다. 이 모든 과정은 경쟁보다는 ‘함께한 경험’ 자체를 중시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반영한다. 최근에는 와르리 전통 경기가 문화관광 상품으로 개발되며, 외부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일부 마을에서 운영되고 있다. 단, 상업화로 인해 본래의 철학이 희석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대부분의 행사는 전통 의례와 함께 시작되고, 지역 원로의 승인이 있어야 진행되는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와르리 전통 경기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그들 세계관의 실천이라는 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예술, 놀이, 철학이 하나 되는 와르리의 지혜

와르리 전통 경기는 단지 과거의 문화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실천적 철학이다. 경쟁 중심의 스포츠가 주류가 된 현대 사회에서, 와르리 경기는 리듬, 조화, 공동체성, 환경 감수성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전혀 다른 방향의 체험을 제시한다. 이는 단지 민속적 흥미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문화 교육과 생태적 삶의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와르리 경기가 지닌 가장 큰 힘은 ‘심플함 속의 구조’와 ‘경쟁 없는 즐거움’이다. 이 경기는 전문 장비도, 경기장도 필요 없다. 마을의 숲과 들, 타르파의 리듬, 사람들의 몸만으로도 경기는 완성된다. 이런 단순함은 오히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치유와 회복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문해력이 아닌 신체와 감각을 중심으로 한 교육 방식은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과 성인들에게도 강한 몰입과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와르리 경기는 예술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와르리 벽화는 그들의 경기 방식, 움직임, 패턴을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며, 이로 인해 세계 미술계에서도 주목을 받아왔다. 따라서 와르리 전통 경기는 예술적 표현과 놀이, 공동체 철학이 융합된 복합 문화 콘텐츠로서 더 넓은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이 전통이 지속적으로 보존되고, 올바른 방식으로 외부에 소개된다면, 와르리 경기는 단지 지역 축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 없는 스포츠, 자연과의 리듬 속에서 살아가는 놀이,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깊은 철학—와르리 전통 경기는 바로 그런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